코로나 기간에 한달 간의 이집트 여행에서 대부분의 여행지는 전부 돌았다고 생각했다. 그 후에 이집트에 살다보니 카이로 주변에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다른 다양한 여행지들도 알게 되었다.
파이윰, 아인소크나, 포트사이드, 노스코스트 등이 대표적인데 아무래도 이곳에 머무르며 살다보니 오히려 더 놀러가지 않게 되는 듯하다.
파이윰은 작년에 친구의 동생이 여행 이벤트를 열어서 응원차, 여행차 다녀왔고, 나머지 지역은 기회가 생기더라도 잘 가지 않게 되었다. 언젠가 살면서 한 번쯤은 가겠지 하는 마음..?
계획왕인 케이케이가 작년부터 조금씩 포트사이드 여행을 이야기 했었다. 그러다 몇 달 전 현실적으로 날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이번 2월 초 드디어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만족! 하지만 머릿속에 이렇게 계획적인 케이케이와 가지 않았더라도 재미있었을까?하는 의문은 남는다.

오전 7시, 케이케이가 미리 예매해둔 고버스를 탔다. Super Go D 클래스를 탔는데, 불편함은 없었지만 (타자마자 잠듦) 안전벨트는 작동하지 않았다.
예정과 비슷하게 출발하여 세 시간 뒤인 10시쯤 포트사이드에 도착했다. 포트사이드에 대해서 많이 듣기는 했지만 디테일을 들은 기억은 없는 듯하다. 속으로 완전 시골을 생각했는데, 웬걸 눈 앞에 보이는 도시 풍경이 신선했다.

아침 찬 공기에 그렇게 느껴졌을까. 카이로 공기와는 확연히 다르게 신선한 공기가 코를 통해 들어왔다. 길거리도 둔감한 내가 보기엔 카이로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깔끔했다.
우리가 처음으로 향한 곳은 페리 선박장. 택시를 타고 갔는데, 이 날 대부분의 이동에 택시를 이용했다. 다합과 마찬가지로 앵간한 거리는 전부 20파운드를 지불했다. 누가 보아도 외국인인 우리에게 덤태기를 씌우는 택시 기사는 없었던 듯하다. (다 케이케이가 알아서 딜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나중에 그냥 가격 안 묻고 탈 때도 내릴 때는 15분정도 이상 운전이 아니라면 다 20파운드라고 말씀하시더라)
페리를 타고 아마 섬으로 들어간 듯하다. 페리는 무료였고, 꽤나 자주 있는지 거의 기다린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3년 전 케이케이가 혼자 왔을 때는 기다리던 기억이 있었다고 한 걸보면 우리는 주말(토요일)에 방문한거라 평소보다 더 자주있던 것일지도.
페리를 타고 들어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바로 앞의 엄청 크고 하얀 모스크가 이곳에서 보기 드물게 밝고 깔끔하여 이국적인 느낌을 풍겼다. 케이케이와 나 누구도 튀르키예에 가본 적은 없지만 둘 다 튀르키에를 떠올렸다.

그렇게 페리를 타고 도착하여 바로 택시를 부르고 우리가 간 첫 방문지는 어느 해변이었다.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 끝으로 끝으로 걸었다. 쓰레기와 파도에 쓸려나온 조개껍질과 해조류들이 지천에 깔려 지저분했다. 무거운 구름이 많아 카이로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케이케이는 전에 비가 왔었다며 우산까지 챙겨왔다. 걷다보니 군사기지인지 울타리가 쳐지고 군인이 서서 막았다. 그 바로 앞에는 어떤 남자가 낚시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짐을 내려두고 우리를 향해 걸어오던 남자에게 화장실을 물어 바로 앞 카페에서 화장실을 이용했다. 그 주인이 이 해변은 자신이 소유한 곳이라며 50파운드(약 1,500원)를 내야 한다고 했다.(인당 X, 그룹당) 11시에 도착해서 두 시간 정도 머물고 떠날 때 딱 마침 그 남자가 와서 돈을 냈다. 화장실 이용료라고 생각할만 했다.
3년 전 케이케이가 3월인가 왔을 때 이곳은 무척 추웠다고 했다. 추위를 엄청나게 당부했고, 나를 위해 비니와 손장갑을 사서 선물까지 줬다. 그런데 우리가 갔을 때는 그렇게 춥지 않았다. 해도 강했다.

피크닉을 위해 요가매트를 각자 가져왔었는데 너무 강한 해 때문에 파라솔 그늘 아래로 한 차례 요가매트를 옮겼다. 사진찍기 좋아하는(사진을 위해 여행이든 약속이든 계획하는 듯한) 케이케이 덕에 꽤나 이쁘게 피크닉을 할 수 있었다. 아침으로 먹을 빵도 준비해왔고, 본인 집에 있던 흰색 매트도 가져왔다. 나로서는 무척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케이케이는 물에 발을 담가가며 걸었다. 그를 위해 부츠를 신고오고, 젖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여분의 옷에 데카트론에 가서 방수 종아리 보호대로 추정되는 것도 사왔다. 전에 왔을 때는 젖은 채로 그대로 카이로에 왔다고 했다. 엄청 추웠을 때인데..!
나도 케이케이의 말에 따라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운동화를 신고 물에 들어갈 자신은 없었다ㅠ 게다가 그렇게까지 원하지도 않았고.. 그냥 앉아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살랑살랑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었다.
케이케이가 만족스러울만큼 사진을 찍고, 물도 다 즐기고 나서야 내 곁으로 와서 빵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여기에서 카프로스 섬과 그리스, 가자지구가 매우 가깝다는 거였다. 지도로 확인해보라해서 해보니 무척 가까웠다. 그래서 군사기지가 있는 거였는데, 괜히 싸늘한 기분이 잠깐 들었다.

가자지구나 이스라엘에서 뭔가가 터질 때 여기까지 소리가 들렸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늘에 뭔가 불길하게 왔다갔다 하는 게 보였을까? 하는 생각 등등..
짧은 해변에서의 소풍을 끝내고 다시 페리를 타고 나갔다. 이번에는 갈매기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잡아 서서 구경했다. 준비성 철저한 케이케이는 젖은 옷을 안전한 곳에서 갈아입기 위해 피팅룸이 있는 옷가게도 미리 검색해놨었다. 우리는 그곳으로 가기 위하여 다시 택시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