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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언즈1일] 공항에서 시내로, 핸드폰 개통

일요일, 난생처음 환승도 해보고 오랜만에 여러 명의 한국인을 발리 공항에서 볼 수 있었다. 케언즈에 오기 전 싱가폴에서 몇 달 만에 외국에 사는 한국인이 아닌 한국인을 몇몇 보았다. 필리핀에서의 7개월 생활에 한껏 까매져 버린 나에 비하니 다른 인종같이 낯설게 느껴질 만큼 하얬다.

비행기 탑승이 늦어진다 했더니 결국은 게이트가 바뀌었다. 호주 케언즈로 가는 게이트 앞에 동양인은 나뿐인 듯 보였다. 그다지 길지 않은 밤 비행을 마치고 호주에 도착했을 땐 화장실이 매우 가고 싶었고, 짐이 너무 무거웠고, 얼른 예약한 시내까지 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싶었다.

공항이 매우 작다고 해서 필리핀의 클락 공항이나 레이떼 공항을 생각했더니 크게 느껴졌다. 짐이 빨리 나오지는 않았지만 입국 수속하는 줄이 짧아서 예약한 시간에 비해 빠르게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내가 도착함과 거의 동시에 내가 예약한 것보다 한 타임 빠른 버스가 앞에 섰다.

버스 기사님께 여쭤보니 앞당겨서 타도된다고 해서 그 버스를 탔다. 기사님은 매우 친절했고, 내 짐을 보고 놀랐다. 버스는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남자 한 명과 호주 여자 한 명까지 해서 세 명이 탔다.

내가 예약한 게스트 하우스는 카라벨라 센트럴 백패커스(Caravella Central Backpackers)였고, 시내의 중심 정도 되는지 버스에 탔던 나머지 두 명도 나와 같이 이 게스트 하우스 맞은편에서 내렸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오는 셔틀버스도 사실 8호주달러 정도 했는데 이 게스트 하우스에서 발급된 쿠폰을 사용하니 공짜로 이용할 수 있었다.

숙소 예약을 할 때 항상 하던 대로 평점 7점을 넘기는 숙소 중 가장 저렴한 것을 골라 예약했다. 그러고 나서 확인해보니 에어컨이 없는 방이었다. 아무리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가는 곳은 호주 케언즈. 걱정했는데 방은 이미 결제되어 바꿀 수 없었다.

이틀만 예약한 게 다행이라며 이틀 있다가 방을 옮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세컨 비자를 따러 케언즈에서 바로 좀 더 시골인 털리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구글맵에 검색해보니 은행이 몇 개 없기에 케언즈에서 계좌를 발급받고 넘어가려 했다. 보통 계좌를 열고 카드를 받는데 일주일 정도가 소요된다기에 케언즈에 그 정도를 머물 예정이었다.

이른 아침에 공항에 내리니 바람은 차고 셌으며 숙소 방 천장에는 커다란 선풍기가 달려있었다. 더울 거라는 걱정은 기우로 밝혀졌다.

현금이 하나도 없었기에 잠깐 자고 일어나서 atm기기에 돈을 인출하러 갔다. 수수료가 가장 낮은 은행(2달러, 2019년 05월) 중 하나인 anz 은행으로 갔다. 1,100달러를 일단 뽑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뽑히지 않았고, 이유도 딱히 설명을 안 해줬다. 몇 번 더 시도하다가 commonwealth atm(수수료 3달러, 2019년 05월)으로 시도했다.

다시 게스트 하우스로 가서 와이파이를 이용해 검색을 해봤다. 아마도 일회 최대 인출 금액을 넘긴 것 같았고, 인터넷에선 최대 인출 금액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다시 atm으로 갔다.

950달러, 850달러, 750달러, 550달러, 500달러. 아무래도 500달러가 최대인 것 같다. 돈을 뽑고 숙소로 갔다. 보증금 대신 맡겼던 여권을 되찾고 은행에 가서 계좌를 열기 위해서였다.

이 숙소는 특이하게 12시부터 4시까지 시에스타를 갖는다. 스페인, 남미 문화가 아니었나? 싶은데, 아무래도 주인이 그쪽에서 왔지 싶다. 은행은 4시까지 열고, 이미 12시를 넘겼으니 오늘 은행에 가긴 글렀다.

말로만 듣던 호주의 큰 마트인 울워스를 가서 통신사 카드를 사고 한 바퀴 돌았다. 다른 나라 인터넷 통신 사정은 익히 알고 있고, 게다가 난 시골로 갈 거라서 최대 규모의 통신사 망을 사용하자고 마음먹었고, 가난한 워홀자로 왔기 때문에 저가 통신사를 사용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부스트(Boost) 통신사. 5일 정도 사용해보았는데 시골에서도 아주 잘 터지고 아직은 마음에 든다.

단점이라고 할 수 있나 싶은 한 가지는, 통신사 프로모션을 보고 달에 30$짜리를 쓰려고 했다. 카드는 20$부터 50$까지 다양하게 팔았는데, 50$ 카드를 사고 남은 20$는 다음 달에 써야지 했다. 그러나 50$짜리를 사면 50$짜리 프로모션이 자동 가입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나는 졸지에 50기가 데이터를 쓸 수 있는 무려 5$짜리를 쓰게 되었다. 다행인 건 데이터 이월이 된다.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 호주는 외식 물가는 비싸지만 직접 마트에서 사 먹는 건 저렴한 편이라고 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다. 내가 필리핀에서 와서 그런 건지, 외식물가가 미치도록 비싼 건지 알 수가 없다.

숙소에 나올 때 부리또가 한화로 천 원정도에 팔길래,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만 원이었던 정도의 착각을 하기도 했다.

비싸지만 우유도 사고 양파도 사 와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양파 사진을 찍어 선미에게 보내니 엄청 싱싱해 보인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맛을 생각해보니 확실히 엄청나게 싱싱한 맛이었다.

숙소에 정수기는 따로 없고 수돗물을 마시면 된다고 했다. 호주가 다 그런 건지 여기만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주방에서 물을 받아 마셨다. 같은 물이지만 화장실에서 받은 물을 못 마시겠더라.

이렇게 케언즈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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