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첫번 째 배드민턴 모임을 갖고, 다들 재미는 있었지만 에어컨이 없어서 힘들어했기에 이번에는 에어컨이 있는 코트로 옮겼다.
독일 국제학교에 있는 코트였는데 딱 배드민턴만을 위한 곳은 아니라 라인이 모호했지만, 에어컨도 강하고 우리 밖에 없어서 좋았다.
거기에 상주하시는 코치님도 계셔서 점수도 매겨주시고, 마지막에는 같이 트리플로 경기하는데 이거 훨씬 재밌더라. 내가 앞에를 맡아서 공이 자주와서 그런지..ㅋㅋㅋ 실제로 나, 무스타파, 코치님 이렇게 한 팀이었는데 무스타파는 거의 치는 일이 안 생겼어ㅠ 코치님이 우리 점수를 다 벌어다주심
상대편은 오사마, 하빕, 루카였는데 거의 두 배 점수차로 이겼다. 오사마는 완전 에이스고, 하빕도 꽤나 잘하는데..!!
루카는 오늘 처음 온 친구였는데 우리집에서 1.1km 떨어진 곳에 살아서, 마아디에 사는 나와 하빕은 루카 차를 타고 같이 갔다. 차를 타는데 마이라는 딸이 앞에 있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는 듯 하더니 한마디 한마디 하는데 귀여웠다가 다시 어찌된 일인지 부끄러워 하기도 했다.
마아디에 사는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인게 코트는 굉~~~장히 멀었다. 바로 옆이 하빕이 일하는 학교라는데 매일 이 거리를 출퇴근 하다니 대단하다. 하지만 한국이었으면 별거 아니긴하지.. 허허
오늘 또 처음 온 사람들은 독일에서 유학 중인데 잠시 두 달 이집트로 들어온 아마르와 전 배드민턴 선수, 현 테니스 선수인 사마코, 만수르, 그리고 코치님!ㅋㅋㅋ
게임을 끝내고 우리 중 몇몇은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차가 두대로 나뉘었다. 아마르가 운전하는 차에는 오사마가 탔고 우리 마아디팀은 다시 뭉쳤다.
차를 타고 가는데 하빕이 앞에 아마르 차가 유턴하는 것을 봤다고 우리도 해야하는게 아니냐고 했다. 루카가 아니라고 오사마가 보내준 로케이션 따라가고 있다고 했다. 목적지가 7분 남았을 때 오사마에게 자신들은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아무래도 아까 유턴을 해야 했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워낙 루카가 확신을 했기에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루카는 원래 자기도 빠르게 운전했는데 딸이 생기고 나서는 모든게 바뀌었다고 했다. 신기하다.
어찌어찌 도착해서 보니.. 아까 하빕이 말한게 맞아서.. 다시 돌아돌아 친구들을 만났다.
오후 두 시 십오분에 집을 나서서 여덟시 반에 도착했다. 여섯시간.. 시간 진짜 빨리도 잘~간다. 내가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어!!하니까 루카가 하루를 다 보냈네~~ 하고 하빕이 우리 아주 쩔친이네~~ 했다.
내 친구들이면 다 알 정도로 나는 아랍노래를 매우 싫어하는데.. 그 특유의 쪼와 모든 노래가 똑같이 사용하는 그 박자를 들으면 미쳐버릴 거 같다.
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파리다가 헬스장으로 내려와달라고 계속 연락왔다. 문자로도 오고 전화도 하고.. 내가 일 한다고 하는데도 계속 조르고..
살마 회사에 인턴이 있는데 저번에 좀 친해져서 헬스장에 초대해서 같이 있는데 언어 때문에 대화가 잘 안 되어서 어색하다고 했다.
또 파리다가 한국에서는 헬스장에서 다른 모른 사람들이랑 같이 운동을 안 하냐고 물었다. 예를 들어서 한국에서는(내 경험상 미국에서도) 어떤 사람이 한 운동기구로 3세트를 한다고 했을 때, 그 사람이 운동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기구를 이용하는데, 이집트에서는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 운동할 때 불쑥 끼워들어 같이 하는게 일반적이다.
파리다가 그렇게 간곡하게 부탁하기도 했고, 그 한국분도 뭔가 민망하실까봐 얼른 일단 급한걸 마무리하고 내려갔다.
내려가는 와중에도 연락오고 아주 난리였다.
알고보니 나왈도 오기로 했어서 나왈까지 넷이 모였다.
나왈과 나는 이미 파리다와 그 한국인 분이 웨이트 운동을 거의 끝낸 후에야 도착을 했고, 한국인 인턴분이 잠시 후에 있을 밸리댄스 수업을 듣고 싶다고 했다.
나는 정말이지 너무 싫고, 러닝이 하고 싶었고, 내 시간까지 쪼개서 왔는데 이런 걸 해야하는거에 미친듯이 싫었지만, 기왕 이들을 위해 왔으니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인턴분은 지금 이집트 온지 2주 밖에 안 되어서 체험하고 싶겠지만, 한 번 해보면 분명히 싫어할 거라고 속으로만 생각했고ㅠ
하기 전에도 나 이거 끝까지 (한 시간) 할 자신 없으니까 중간에 나갈 수도 있다고 우스갯소리로 농담할 정도였는데..
역시나 이집트답게 수업은 10분에서 20분 정도 늦게 시작했다. (다행인건지) 수업을 시작하니 정말 앳되어보이는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외국인이 자신네 나라의 춤을 춘다고 하니 이뻐보였는지 우리의 손을 계속 잡아주시며 거의 1:1 수업인가..? 싶을 정도로 잘해주셨다.
하 근데 겁나,, 그 인턴분이 10분도 안 되어서 못하겠다고 나가겠다고 하고, 파리다도 어쩔 수 없이 따라나가고 나랑 나왈보고도 나오라는데.. 이걸 4명이 앞에서 우르르 나가버리면 그게 무슨 개똥매너냐고ㅠ
거기에 완전 수업 포커스도 우리한테 맞춰져 있었는데 하..
그리고 나는 완전 파리다 곤란해해서 왔건만.. 시간 이렇게 날리는게 너무 아까워서 파리다한테 화는 냈지만, 파리다가 무슨 죈가 싶고 이 친구도 어쩔 수 없었으니 그냥 장난으로 화내는 거처럼 웃으면서 끝냈다.
8/9 카이로에서 드디어 배드민턴쳤다.
배드민턴 동호회 첫 모임이 열려서 참석했다. 시간이 안 맞아 참석을 못 할 뻔 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다들 좋은 사람들이고 건강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체력이 늘어서 그런건지.. 마지막에 배드민턴을 쳤을 때보다 뭔가 운동이 빡!!! 되는 느낌은 없어서 좀 아쉬웠다. 엄청 움직여서 그 운동 후 개운함을 느끼고 싶었는데 그건 잘 안 됐다. 체력이 늘어서 그런거겠지..? 정말 별로 안 움직여서 그런것일라나..🫠
비자를 찾으러 갔는데, 내거는 아직 안 나왔다고 해서 나머지 두 명것만 대기하다가 받아왔다.
처음에 줄도 짧고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길래 오..? 했는데.. 웬걸… 30분 뒤에 받아가라던 비자를 3시간을 더 기다려 받아왔다.
거기 직원이 나라 이름과 사람 이름을 호명하면서 받아가라고 하는데, 한국은 한 명 호명되었고 나는 아니었다. 계속 기다리다가 좀 비슷한 이름이 나오길래 갔더니 역시나 아니었다. 근데 한국이라고 하니 다른 더미에서 찾아서 여권과 비자를 주더라.. 이런..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동반자가 생겼다. 내가 순수하게 직원말을 믿고 3~40분을 기다린 후에 왜 안 주는지 물어보려던 참이었다. 에콰도르에서 온 프랭클린인데 이 친구는 영국인 블로그에서 4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를 보았다며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면서 말을 트며 기다리는 동안 계속 수다를 떨었다. 재미있는 친구라서 다행히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에콰도르에 관광지도 추천을 받고, 이 친구와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 비슷해서 그런 이야기들도 좀 나눴다.
전공도 같고, 다른 나라 경험도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10년을 살다가 왔다고 했다.
웃긴건 전에 이집트에 관련된 책을 읽었을 때 여기 데이트 문화가 자신들의 형제, 자매를 동행해야한다는 게 있었는데, 실생활을 하면서 본 적은 없었기에 옛날 이야기로 치부했었다.
이 친구가 이집트에 오게 된 계기는 10년이 넘은 이집션 펜팔친구 덕이었다. 3달을 머무르며 둘은 6번의 만남을 가졌는데, 그 중 4번이 그 여자분의 어머니와 함께였다고 했다. 세상에..
재밌게 수다를 떨다가 내가 먼저 일이 끝나서 나왔는데, 다음 번에 만나면 이 친구는 얼마나 더 기다렸는지 물어봐야겠다.
8/13
한식당 아리랑가서 배터지게 먹었다.
생각보다 너무 늦게까지 있다가 집에 와서 짐에서 30분만 걷고 잠들었다.
맛있었던 아리랑 회냉면 근데 4명+2명(다른 테이블)+김치(포장) 가격이 30만원정도 나왔다.
8/14 책 대단한 세상 읽기 시작함
2차 대전 후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 책 “대단한 세상”을 읽기 시작했는데 빠져들고 있다.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면서도 읽게 될 만큼 몰입이 잘 되는 책이다. 아마 13일 밤부터 읽기 시작했나보다.
요즘 빠져버린 오이참치비빔밥
8/15 🇰🇷광복절 기념 8.15km 달리기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좀 읽다가 씻기 위해 유튜브를 켰다. 말이 좀 이상한가..? 무튼 씻을 때는 영상을 보는 게 레파토리라서.. 유튜브를 켜니 “션과 함께” 채널에서 션이 작년 광복절에 81.5km를 뛴 영상이 떴다.
나는 81.5km는 절대 무리이고, 8.15km를 도전해보자 싶었다.
짧고 얕았지만 뛰면서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해볼 수 있었고, 지금까지의 기록 중에서는 제일 길게 뛴게 되었다.
런데이 30분 능력향상 1-3 코스를 끝내고 다음에는 거의 걸으면서하니 힘들지 않게 끝낼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12월 마라톤은 정말 아무 무리없이 끝낼 수 있을 듯하니 정말로 기록을 목표로 해야겠다고 다시금 생각했다.
어제 한 오후 4~5시 쯤에 트레이드밀에서 뛰었는데 유난히 손이 오래 시릴만큼 춥게 느껴졌는데, 그 때문인지 심박수가 160정도에서 잘 오르지 않았다. (짧게 뛰어서 그럴 수도. 어제는 5분씩 뛰는 코스였다.) 뭔가 뛰고 나서의 그 개운함도 덜했는데 실력이 올라서 그런건지 온도 때문인지 모르겠었다.
오늘도 생각보다 끝내고나서 덜 힘들고, 전에 뛸 때보다 덜 힘든거 같고.. 땀도 덜 나고.. 러닝뿐만 아니라 정말 이제 웨이트를 병행해야할 때가 왔나 싶다.
노승구 회장님 내외가 오셔서 즐겁게 수다떨고, 잼도 이 분들을 위해 우베 케이크를 만들어와서 전달드렸다. 다른 한인분들도 그랬고 오늘도 다들 이집트에서 살면 어떻게 하냐고 안타까워 하시네..
오후 5시에는 아폴이랑 통화하기로 되어있었는데, 연락이 안 됐다. 다음 번을 기약해야 할 듯하다. 아폴이 이 시간에 가능하냐고 물었을 때 내가 답변을 한 줄 알았는데, 통화하기 한 시간 전 쯤 확인차 다시 연락을 하려고 보니 답변을 안 해놨더라ㅠ 부랴부랴 답변했지만 연락 안 왔다.
오후 여섯시 반이 좀 넘어서 마루와를 만났다. 카르푸에 마루와가 가는 유일한 초밥집을 가려고 했지만 오늘 광복절이라 내가 다른 곳을 가자고 제안했다.
레바니즈 레스토랑을 갔는데, 우리나라 불고기 같은 음식을 먹었다. 근데 미친듯이 비싸.. 마루와랑 샐러드 반반 나눠내고 음료수 하나 시켰을 뿐인데 2만 5000원정도 나왔어.. 미쳤냐고요ㅠ
어제 런데이 30분달리기 코스를 다 마치고 나서 하루는 러닝을 쉬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갑자기 불쑥 밖에서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생각이 흘러갔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 의지라기 보다는 뭐에 홀린듯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진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희한하기까지 하다.
카이로의 길거리는 비위생적이고 시끄럽고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뛰기에는 적합하지 않아서, 수영으로 다니던 클럽 옆 트랙에서 뛰려했다. 거리가 좀 있어서 오토바이 택시를 불렀다.
카이로에서 뛸만한 곳
도착하고 나니 게이트의 안내원들이 짧은 영어로 오늘 무슨 특별한 날이라면서 일반인들에게 오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 일부러 택시타고 여기까지 온건데…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그런 소리를 들으니 괜히 준비하고 여기까지 온게 민망하기도 하고, 못 뛴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했지만 뭐 우긴다고 될 것도 아니니 그냥 돌아섰다.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돌아가기는 아쉬웠고 어쩔 수 없이 길에서 뛰어야만 했다. 1.6km 떨어진 곳에 미국 학교가 있는데, 그 주변은 (정말 좋게 말해서) 그나마 좀 걷거나 뛸 수 있었고, 실제로도 몇몇 사람들의 산책 코스이다.
전에 지현이가 놀러왔을 때 오전에 한 번 나는 걷고 지현이는 뛴적이 있는데, 개똥이 너무 많고 길이 깨져있어서 매우 불편했던 기억이 있는데, 어쩌겠나.. 다른 곳은 아예 뛰기가 불가능 한걸
일단 런데이 앱을 켜고 미국 학교까지 가는 동안에도 뛰기로 했다. 가는 동안에는 찻길을 건너느라 중간 중간 어쩔 수 없이 걷기도 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생각보다 페이스가 빨리 나왔다. 그에따라 심박수도 많이 올랐다.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거다.
실내 트레이드밀에서 할 때는 몰랐는데, 야외에서 하니까 원래 뛰던 페이스는 나 자신이 정말 느린거처럼 느껴졌다.
실내러닝과 실외 러닝의 차이
미국 학교에 도착해서 그 주변을 삥삥돌 때는 이미 힘이 꽤나 빠져있었다. 소음때문에 뛸 때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싶었는데, 소음은 커녕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도 안 들릴만큼 정신이 없었다.
사람들이 러닝을 할 때 잡생각이 안 나서 좋다고 하는지 이유를 알겠다. 실내에서 뛸 때는 머리속에서 새롭거나 좋은 아이디어가 샘솟고, 해야할 일들이 정리가 되어서 좋았는데, 야외에서 뛰니 어떤 생각도 할 틈이 안 났다. 그냥 개똥을 안 밟고 싶다는 생각과 앞의 사람들을 어떻게 피할지에 대한 생각뿐
실내 러닝 적응이 된 탓인지 여러 생각을 정리하는 그 시간이 좋았어서 그점은 조금 아쉬웠는데, 이 부분은 상황에 따라 어쩔땐 장점으로, 어쩔땐 단점으로 느껴질만 해서 상황에 따라 앞으로 어디서 뛸 지 선택 하면 좋을 듯하다.
다른 단점으로는 밖에서 뛰니 신발이 더 빨리 낡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모래도 많고 길도 험하니까.. 내가 가진 러닝화는 이것뿐이고 12월에 마라톤에 나가야하는데, 신발 컨디션이 잘 유지되길 바란다.
러닝은 매일하면 안 좋다고 하지만, 나는 쉬는 날이 오히려 더 적게 뛰어왔었는데 실외에서 한 번 뛰고나니 발바닥도 아프고, 뛰는 동안에도 처음 뛸 때처럼 뭔가 다리에 불편한 이물감이 느껴졌다. 이래서 매일 뛰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최대산소섭취량 VO2MAX
밖에서 뛰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렸던 이유 중에 또 하나는 최대 산소섭취량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실외 걷기나 뛰기에서만 애플워치에서 측정이 되어서 기록이 되는데, 최근 몇 주 동안 실외에서 걸을 일이 없어서 얼마나 올랐을지 꽤나 기대했다.
워낙 처음에 낮았어서 그런지 오르는 속도가 가파라서 몸이 건강해지고 있구나 느끼며 뿌듯했던 수치이다. 러닝을 시작한지 고작 1개월 반도 되지 않았는데 체력이 정말 많이 올랐음을 느낀다. 근데 그걸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숫자로 확인하니 증명을 받고, 정확하게 어느 정도가 상승했는지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근데.. 문제는 어찌된 일인지 오히려 좀 줄어서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뛰면서 기록한 건 처음이라 평소보다 낮게 나오는건지 다른 이유를 찾으며 합리화를 하려하고 있다. 분명 올랐을 텐데 숫자만 잘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하며🫠
하도 사람들이 야외에서 뛰는 게 실내에서 뛰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해서 야외 한 번 뛰었다가 실내로 못 돌아올까봐 걱정을 했는데, 이건 한 번 다시 실내에서 뛰어봐야 할 것 같다. 위에서 서술했듯 각각 장단점이 있는 듯하다.
실내에서 뛸 때도 중독된 것 마냥 매우 재미있었는데, 확실히 야외에서가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른거 같기도 하고.. 근데 또 잘 모르겠네.. 실제로 실내에서 뛸 때보다 적게 뛰긴한거라..
날씨가 풀리고 생활이 좀 규칙적으로 되면 오전에 그냥 여기 길거리를 뛰어다녀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근데 그러면 건강에 너무 안 좋을 거 같기도… 각종 먼지와 소음, 미친듯이 운전하는 사람들…
온갖 스포츠에 영 꽝인 내가 한국에서 그나마 재미를 붙였던 종목이 스쿼시와 배드민턴이었는데, 스쿼시는 체력이 너~무 요구가 되고, 몇 년 전 골프를 배우면서 몸이 너무 틀어져 스쿼시를 하면 더 틀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배드민턴도 편측 운동이라 걱정을 해야 할 것도 같은데 라켓도 가볍고 다른 것보다 힘이 안 들어가니까.. 무엇보다 재미있어서..^_^ 그냥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집트에서 배드민턴 같이 할 사람은 커녕 코트찾는 거 자체도 굉장히 어려워 보였다.
작년인가 한 번 카이로 한국학교에서 한인들이 모이는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에 배드민턴 코트와 라켓이 있어서 잠깐 친 적이 있는데 오랜만에 해서 그런가 엄청 재미있었다.
그 후로 몇 개월이 지나도 배드민턴을 못 잊겠어서 여러군데 찾아보다가 누군가 자기가 그룹을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그것도 벌써 몇 개월 전인데, 얼마전에 페이스북 로그인을 간신히 했다가(그동안 인증 때문에 못들어가고 있었음! 들어갈 필요성도 그닥 못 느꼈고) 그 분이 메세지의 메세지를 확인했다.
몇 개월동안 읽지 않고 답변했지만 곧바로 답변을 주며 왓츠앱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아직 한 번도 모이지 않았고 곧 첫 모임을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위치는 집에서 한 20분 정도 떨어진 나세르 시티에 있는 곳이었는데, 택시로 110파운드가 나왔다. 코트 비용은 인 당 100파운드씩 냈다.
당연히 실외일거라고 생각을 해서 바람 많이 불면 재미없을텐데~ 생각하고 택시에서 내렸는데 실내에 코트가 있었다.
들어가는 방법을 몰라서 아무나 붙잡고 물어봤는데 점프해서 들어오라고 하길래 걍 웃어주고 문을 찾아 들어왔다.
왓츠앱에서 2번 코트로 오라고 해서 거기로 갔다. 아시아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외국인들인걸보니 여기가 맞구나 싶었는데 나이가 꽤나 어려보였다. 뭐, 아시아 사람들이니 그럴 수 있지하고 말을 걸었는데 그 사람들은 영 모르겠다는 눈치고 그 문으로 장난쳤던 일행이 오더니 Badminton Smashers에서 왔냐고 물었다.
그게 우리 그룹의 이름이어서 그렇다고 했다. 알고보니 1번 코트에서 플레이하고 있었다.
나는 일정이 꼬여서 좀 늦게 도착한다고 이야기하고 실제로도 15분정도 늦었는데 역시나 이집트 타임이 여기에서도 적용이 되어서 하나도 안 늦었는데 왜 늦게 온다고 한 거냐고 물어봐서 웃겼다.
우리는 총 6명이었고, 한 번 칠 때마다 2:2로 11점 내기를 했다. 처음에 다들 몸이 안 풀려서 그런건지 뭔지 다들 못 쳐서 웃기기도 한데 랠리가 아예 안 돼서 이게 맞나..? 싶었다. 이 모임을 만든 오사마와 나 정도만 제대로 된 룰을 알고, 나머지들은 처음 룰을 듣고 조금 헤맸다.
오사마는 꽤나 잘해서 혼자 두 명에서 상대해도 될 듯했다. 그러다가 다들 나중에는 몸이 풀렸는지 갑자기 훅훅 잘해져서 점점 더 재미있게 플레이했다.
근데 실내인데 에어컨이 없어서 다들 엄청 더워하고 다음에는 다른 코트 찾자고 하며 고생 좀 했다ㅠㅋㅋㅋ
플레이를 하다가 사고도 있었는데 나랑 하빕이 한 편을 먹고 오사마와 후삼이 우리 반대편에서 치고 있었는데 하다가 너무 격해졌는지 하빕이 실수로 라켓으로 자기 엄지손가락을 내려치는 바람에 손톱이 깨지고 피가 났다.
꽤나 아파보였는데 다들 뒤에서 퍼퓸, 퍼퓸 이런 말을 하길래 속으로 “오잉? 되게 perfume하고 발음이 비슷하네, 아랍어로 무슨 뜻인지 알아두면 바로 외우겠다!” 싶어서 이거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다.
근데 오사마가 장난으로 “그 너 향기나라고 뿌리는 그거 있지? 그거 말하는거야.” 이러길래 “아니 그건 알지~~ 내가 너 때문에 아랍어 배운다!!!” 이렇게 응수했다.
아니 그런데.. 알고보니 진짜 perfume을 말하는게 맞았음. 거기에 알콜이 들어가있어서 여기에서는 상처가 나면 다들 향수를 찾는다고 했다. 충격 🤯
아랍 사람들 정말 향수의 민족인건 알겠는데.. (헬스장에서도 향수 너무 찐하게 뿌려서 토하고 싶을 때가 100번 중에 110번임, 엘레베이터 탈 때마다 향수 속에 갇혀야 함) 상처에 향수를 붓는다니.. 너무 아플 거 같은것도 문제지만 거기에는 알콜만 있는게 아니고 다른 화학적인 것도 있을텐데…?
내가 놀라니깐 여기서도 거기 다른 화학적인 것들도 있지만 우리는 다 이렇게 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에서 온 오사마도, 여기에서 의사인 낸시도 그렇게 말했다. 내가 이거 아랍 문화냐고 물으니깐 그들은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이렇게 하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더라.
진짜 왕충격.. 이렇게 또 이집트에 대해 배웠다.
재밌게 게임을 하고서는 하빕만 제외하고 다 같이 카페에 가기로 했다. 나는 낸시의 차를 타고 이동했는데(금연자 전용+에어컨있음), 이 사람 자체의 분위기가 밝고 좋게 느껴졌다. 낸시는 홍콩에서 태어난 이집션이라고 했다.
카페에 도착해서 수다를 떨었는데 또 그때 알게 된건 이집트 지폐에 워터마크가 어떻게 되어있는지였다(새로 발행된 지폐).
200 파운드로 알려줬는데 그걸 빛에 비춰보면 서기관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여기 지폐에는 선이 다 그어져있는데 그걸 자세히보면 아랍어로 몇 파운드인지 아주 작게 적혀있다.
이렇게 두 가지를 배웠다.
그리고 카페에서 시프의 여자친구인지 아내인지로 추정되는 마리암도 합류했는데, 쿨하면서도 친근함을 둘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 한국 드라마에 중독이었어서 아직까지도 몇 문장을 기억하는데, 발음/속도/억양 전부 꽤 괜찮아서 놀랐다.
돌아올 때는 같은 마아디에 사는 후삼과 같이 디디를 타고 왔다. 후삼이 마아디에서 자기 친구들이랑 주기적으로 러닝도하고 보드게임도 한다고 해서 꼭꼭 초대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 보드게임 겁나 잘하니깐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여기 사람들은 다들 밝고 번듯한 사람들임이 느껴졌다. 계속 주기적으로 배드민턴을 치며 친해지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을 수 있을 듯하다.
미국에 살다가 이집트에 오게 되니 오바를 보태면 극과 극의 환경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비자인데, 미국에서는 비자 발급이 살짝 늦어져 갑자기 한국에 가야하는 상황까지 생겼었던 반면 여기에서는 비자 날짜가 좀 지나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인의 경우)
실제로 여기 한인들은 보통 1개월짜리 여행비자로 계속해서 머물다가 출국할 때 공항에서 패널티를 내는 경우가 많은듯 하다.
그러다가 몇 개월 전부터 비자 단속이 심해졌으니 꼭 비자 연장을 하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처음에 이집트에 왔을 때 한 달짜리 비자로 왔다가 하루 더 머물게 되어서 너무 긴장하고 불안했는데, 비자 연장 프로세스가 매우 느려서 보통 15일 초과정도는 그냥 넘어간다고 했다. 나도 별 문제없이 이집트를 탈출(?!)할 수 있었고.
그때는 비자 연장 프로세스가 오래걸려서 좋았겠지만… 지금은 그 프로세스를 꼭 거쳐야하니.. 휴..
무튼 비자 연장을 하기 위하여 이민국으로 향했다. 오전 8시에 연다고 해서 좀 일찍 출발해서 대기를 타려고 했지만 좀 늦게 출발하게 되어 8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카이로의 여느 다른 동네와 같이 굉장히 로컬 분위기가 나는 곳이었지만 막상 건물 안에 들어가 보니 꽤나 최신식이었고 굉장히 넓었다.
비자 연장을 하기 위해서는 2층에 있는 5번 창구에 가야 한다. 정말 이해가 안 가지만 창구에서 줄을 서서 작성해야 하는 애플리케이션 폼과 번호표를 받아야한다. 이 과정에서는 다들 그냥 줄을 선다기보다는 새치기를 한다.
폼을 작성하고 은행 버스로 가서 200 달러를 파운드로 환전하고 영수증을 받아왔다. 그걸 다시 같은 창구로 가서 보여주고 나서 이때 번호표를 받았던건가? 무튼 그랬다.
그리고 나서는 번호가 불릴 때까지 대기를 했다. 차례가 되면 창구에서는 다시 한 번 은행에 가서 파운드로 비자 가격을 내라고 한다. 나는 한달이 지나서 왔기 때문에 패널티 비용도 내야 했다.
일행 두 분은 두 달이 넘어서 더 많은 패널티를 내야했다. 셋의 6개월 비자와 패널티를 합쳐서 총 20,640? 파운드정도였다.
은행 부스에서도 줄을 꽤나 서는데, 그러고 나서 창구로 돌아올 때까지 아직 우리 번호로 그대로 멈춰있었다.
이후부터는 이제 진짜로 비자연장을 위한 프로세스가 진행되었다. 창구 직원이 폼을 확인하고 도장을 찍고 우리의 사진을 찍고 지문을 확인한다.
오늘은 목요일인데 다음 주 수요일 다시 오라고 했다. 정말이지 다시는 두번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인데 말이다.
일단 너무 시끄럽고 체계가 없다. 또 기다리는 시간이 죽이는 시간 같아서 너무 아깝다.
정리하자면, 1. 2층 5번 창구로 가서 애플리케이션 폼 받고 작성하기 2. 은행 창구로 가서 달러를 파운드로 환전하기 (나의 경우는 $200을 함-이 돈을 전부 비자 비용에 내는 것은 아님) 3. 같은 창구로 가서 환전 영수증을 보여주고 번호표 받기 (번호표를 1번에서 받았는지, 3번에서 받았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ㅠ) 4.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 5. 차례가 불리면 여권과 애플리케이션 폼을 제출, 그러면 직원이 은행가서 비자 요금을 내고 오라고 한다. 6. 은행 창구로 가서 파운드로 비자 요금 지불하기 7. 다시 같은 창구로 가서 영수증 제출하고, 사진찍고 지문 스캔하기
나는 여권을 다음에 올 때 찾으러 오는 건줄 알았는데 (필리핀, 미국에서는 그렇게 했었으니) 여권은 바로 돌려줬고, 비자만 다음 주에 찾으러 오라고 했다.
정말이지 시간낭비고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소음 속에서의 대기였다.
희한한게 확실하지는 않지만 단순하게 6개월 관광비자 발급하는 곳은 내가 갔던 2층 5번 창구가 유일한 느낌.. 그렇다면 이 많은 다른 사람들은 다들 어떤 비자때문에 왔단 말인가.. 건물자체가 5층 이상으로 이루어진 거 같은데..
실내는 에어컨 덕에 덥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나올 때 보니 밖에 수백개의 의자에 사람들이 꽉꽉 차서 기다리고 있었다.
또 알게 된 건 처음에는 6개월 단수 비자만 발급 가능하고 (다른 개월 수 단위 없음) 그 이후에 리엔트리 비자 발급이 가능한 듯하다. 이 비자도 기간 내 무제한 재입국이 아니라 딱 한 번만 다시 가능하다고 한다.
일요일, 난생처음 환승도 해보고 오랜만에 여러 명의 한국인을 발리 공항에서 볼 수 있었다. 케언즈에 오기 전 싱가폴에서 몇 달 만에 외국에 사는 한국인이 아닌 한국인을 몇몇 보았다. 필리핀에서의 7개월 생활에 한껏 까매져 버린 나에 비하니 다른 인종같이 낯설게 느껴질 만큼 하얬다.
비행기 탑승이 늦어진다 했더니 결국은 게이트가 바뀌었다. 호주 케언즈로 가는 게이트 앞에 동양인은 나뿐인 듯 보였다. 그다지 길지 않은 밤 비행을 마치고 호주에 도착했을 땐 화장실이 매우 가고 싶었고, 짐이 너무 무거웠고, 얼른 예약한 시내까지 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싶었다.
공항이 매우 작다고 해서 필리핀의 클락 공항이나 레이떼 공항을 생각했더니 크게 느껴졌다. 짐이 빨리 나오지는 않았지만 입국 수속하는 줄이 짧아서 예약한 시간에 비해 빠르게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내가 도착함과 거의 동시에 내가 예약한 것보다 한 타임 빠른 버스가 앞에 섰다.
버스 기사님께 여쭤보니 앞당겨서 타도된다고 해서 그 버스를 탔다. 기사님은 매우 친절했고, 내 짐을 보고 놀랐다. 버스는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남자 한 명과 호주 여자 한 명까지 해서 세 명이 탔다.
내가 예약한 게스트 하우스는 카라벨라 센트럴 백패커스(Caravella Central Backpackers)였고, 시내의 중심 정도 되는지 버스에 탔던 나머지 두 명도 나와 같이 이 게스트 하우스 맞은편에서 내렸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오는 셔틀버스도 사실 8호주달러 정도 했는데 이 게스트 하우스에서 발급된 쿠폰을 사용하니 공짜로 이용할 수 있었다.
숙소 예약을 할 때 항상 하던 대로 평점 7점을 넘기는 숙소 중 가장 저렴한 것을 골라 예약했다. 그러고 나서 확인해보니 에어컨이 없는 방이었다. 아무리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가는 곳은 호주 케언즈. 걱정했는데 방은 이미 결제되어 바꿀 수 없었다.
이틀만 예약한 게 다행이라며 이틀 있다가 방을 옮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세컨 비자를 따러 케언즈에서 바로 좀 더 시골인 털리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구글맵에 검색해보니 은행이 몇 개 없기에 케언즈에서 계좌를 발급받고 넘어가려 했다. 보통 계좌를 열고 카드를 받는데 일주일 정도가 소요된다기에 케언즈에 그 정도를 머물 예정이었다.
이른 아침에 공항에 내리니 바람은 차고 셌으며 숙소 방 천장에는 커다란 선풍기가 달려있었다. 더울 거라는 걱정은 기우로 밝혀졌다.
현금이 하나도 없었기에 잠깐 자고 일어나서 atm기기에 돈을 인출하러 갔다. 수수료가 가장 낮은 은행(2달러, 2019년 05월) 중 하나인 anz 은행으로 갔다. 1,100달러를 일단 뽑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뽑히지 않았고, 이유도 딱히 설명을 안 해줬다. 몇 번 더 시도하다가 commonwealth atm(수수료 3달러, 2019년 05월)으로 시도했다.
다시 게스트 하우스로 가서 와이파이를 이용해 검색을 해봤다. 아마도 일회 최대 인출 금액을 넘긴 것 같았고, 인터넷에선 최대 인출 금액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다시 atm으로 갔다.
950달러, 850달러, 750달러, 550달러, 500달러. 아무래도 500달러가 최대인 것 같다. 돈을 뽑고 숙소로 갔다. 보증금 대신 맡겼던 여권을 되찾고 은행에 가서 계좌를 열기 위해서였다.
이 숙소는 특이하게 12시부터 4시까지 시에스타를 갖는다. 스페인, 남미 문화가 아니었나? 싶은데, 아무래도 주인이 그쪽에서 왔지 싶다. 은행은 4시까지 열고, 이미 12시를 넘겼으니 오늘 은행에 가긴 글렀다.
말로만 듣던 호주의 큰 마트인 울워스를 가서 통신사 카드를 사고 한 바퀴 돌았다. 다른 나라 인터넷 통신 사정은 익히 알고 있고, 게다가 난 시골로 갈 거라서 최대 규모의 통신사 망을 사용하자고 마음먹었고, 가난한 워홀자로 왔기 때문에 저가 통신사를 사용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부스트(Boost) 통신사. 5일 정도 사용해보았는데 시골에서도 아주 잘 터지고 아직은 마음에 든다.
단점이라고 할 수 있나 싶은 한 가지는, 통신사 프로모션을 보고 달에 30$짜리를 쓰려고 했다. 카드는 20$부터 50$까지 다양하게 팔았는데, 50$ 카드를 사고 남은 20$는 다음 달에 써야지 했다. 그러나 50$짜리를 사면 50$짜리 프로모션이 자동 가입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나는 졸지에 50기가 데이터를 쓸 수 있는 무려 5$짜리를 쓰게 되었다. 다행인 건 데이터 이월이 된다.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 호주는 외식 물가는 비싸지만 직접 마트에서 사 먹는 건 저렴한 편이라고 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다. 내가 필리핀에서 와서 그런 건지, 외식물가가 미치도록 비싼 건지 알 수가 없다.
숙소에 나올 때 부리또가 한화로 천 원정도에 팔길래,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만 원이었던 정도의 착각을 하기도 했다.
비싸지만 우유도 사고 양파도 사 와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양파 사진을 찍어 선미에게 보내니 엄청 싱싱해 보인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맛을 생각해보니 확실히 엄청나게 싱싱한 맛이었다.
숙소에 정수기는 따로 없고 수돗물을 마시면 된다고 했다. 호주가 다 그런 건지 여기만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주방에서 물을 받아 마셨다. 같은 물이지만 화장실에서 받은 물을 못 마시겠더라.
지난해 10월 말 필리핀에 와서 언제까지나 ‘아직은 필리핀 생활의 초반이야, 초반!’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젠 필리핀에서 머문 날과 머물 날이 비스름해졌다. 마마가 항상 하는 말인 호주 가면 그리울 거라는 말에 여전히 ‘아직 멀었다.’라는 말로 반박하지만, 속으로는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아직 호주의 어느 곳으로 갈지 아무런 계획도 생각도 잡히지 않는데 항공권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 왔고, 스카이스캐너를 살짝 열어서 가격을 봤는데 절대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었다.
처음에 갔을 때 거짓말을 살짝 해야 해서 떨렸던 이미그레이션 센터를 마지막 비자 연장을 위해 들렸다. Special student permit을 발급받아 가니 수월하게 비자 연장을 할 수 있었다. 직원이 “마지막 연장이겠네요?”라며 물었다. 그러며 ECC 서류를 내밀며 출국 2주~30일 전에 와서 제출하라고 했다.
다음 주에 여권을 되찾으러 한 번 가고, 출국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이미그레이션 센터에 들러야 하지만 이번에 비자 연장으로 찾는 이미그레이션의 마지막이다.
여느 다른 필리핀인을 대할 때처럼 직원들에게 미소를 건네보지만 여기 직원들은 정말 무뚝뚝~하다. 전에 여권을 찾으러 아폴과 함께 들렸을 때 웃으며 여러 질문을 날려주던 꾸야만 유일하게 인간미가 있다.
학교를 3시 반에 부랴부랴 마치고 걷고, 지프니를 타서 4시 전에 도착했는데, 이미 여러 업무는 마감이 되었나 보다. 가드가 부장쯤으로 보이는 아떼한테 되냐고 물어봐서 허락(?) 맡고 비자 연장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빨리 오라는 말과 함께. 학교 때문에 빨리 올 수 없었다고 반박하려다가 괜히 밉보여서 좋을 게 없을 거 같다는 생각에 말을 아꼈다. 얘네도 웃겨, 자기네들 업무 5시까지면서 그 전에 업무를 닫으면 방문자인 내가 그 사실을 알 턱이 있나. 하지만 어쨌든 나를 받아줬기 때문에 감사하긴 하다.
내가 일을 처리하는 동안 입구에서 네 명의 무리가 한국말과 따갈로그, 영어를 섞어가며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UC 대학교에서 온 거 같은데 뭔가 문제가 있는 듯했다. 문제가 있어 보이는 남자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나한테 도움을 청했으면 하는 오지랖이 속에서 발동했는데, 다른 일행 여자가 따갈로그를 잘하는 듯 보였고, UC 대학교 관리자도 같이 온 듯했다.
그러고 보니 비자 연장 서류 제출하면서 SSP 제출하니깐 학교 관계자가 안 오고 왜 직접 오냐고 물었다. 오잉. 다른 학생들은 학교에서 해주는 건가..!? 우리 반 애들은 다 각자 올 텐데? 하는 생각이 들다가, 학교에서 해주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다가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 반 애들은 다 그들의 교회에서 처리해주겠구나^^!
다음 주는 시험 기간. 시험이 끝나고 얼른 호주 지역을 알아봐야겠다. 날씨도 중요하고, 도시에서도 살고 싶고, 한국인은 거의 없었으면 좋겠고, 물가는 저렴한 곳이면 좋겠고, 일자리 구하기는 쉬웠으면 좋겠는데 세컨 비자부터 따야 할 거 같으니 6월 성수기 농장 위치부터 알아봐야겠다. 체력이 되려나 모르겠다.